[식물일기] #3 초보집사 보스턴고사리 분갈이하기

초보집사, 보스턴고사리 분갈이하다

 

식물,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나에게로 와서 내 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취미의 시작이 이렇다. 무언가에 관심이 가면 나는 그것의 A부터 Z까지 전부 찾아본다. 사진을 찍어 보려고 했을 때도 그렇고, 뜨개질을 하려고 했을 때도, 다이어리 꾸미기를 할 때도 그랬다. 그렇게 모든 것을 알고싶어 하다가 결국 지쳐서 흐지부지 되는 것이 나라는 취미 부자의 진실이다.

 

요즘 식물에 대해 파고드는 속도는 선배 식집사가 급발진이라며 놀랄 정도라고. 그래서 식물을 들이려고 마음먹은 순간 식물의 종류와 물 주는 방법, 병해충 종류와 분갈이 방법까지 대략적인 것을 모두 훑어봤다. 분갈이는 예전에 뭣모르고 실행했을 때 식물 3개를 동시에 식물별로 보낸 전적이 있고... 또 얼마전에도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a.k.a 셀렘이...) 다른 애들을 옮겨 주는 것에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었으나, 보스턴고사리를 그냥 흐린눈 할 수는 없었다.

 

0123

빼꼼 나온 뭔가가 탈출하려 하고 있다

 

10호 슬릿분에 식재되어 온 그는 물을 흠뻑 줘도 이틀만 있으면 화분이 훌렁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상시저면을 한다는 집사들도 있었지만 나는 아직 식물의 건강보다 보기좋음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슬릿 사이로 뿌리인지 뭔지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물이 금방 마르지 않도록 새집으로 옮겨 줘야지!

 

내가 보기엔 10호 집은 너무 좁은 고사리

 

물을 많이 먹는 고사리는 토분보다는 플라스틱분에 식재하는게 좋다는 집사들도 있었지만... 말했다시피 나는 아직 식물의 건강보다 보기좋음을 우선시 하기 때문에 예쁜 토분을 골라 구매했다. 분갈이 할 때 화분 크기는 뿌리에 맞춰 지금 크기의 1.2~1.5배로 하는게 좋다는 의견들을 접했지만, 이파리가 이렇게 큰데 조금 큰 화분도 괜찮겠지! 하며 17호를 선택했다. 이럴 거면 왜 많이 알아봤는지... 하지만 알면서도 해보는거랑 모른채 해보는건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아마도.

 

 

 

쿠팡에서 산 분갈이매트 위에 썩지않는 흙, 세척 마사토, 깔망과 모종삽, 원예용 가위와 플라스틱 숟가락, 흙 섞을 대야와 새 화분을 준비한다. 셀렘이 분갈이 할때 급하게 산 흙과 준비물들인데 다 하고 난 지금 보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처음 흙에 대해 알아볼 때 상토, 마사토, 난석, 펄라이트, 산야초, 훈탄, 바크 등등 흙 재료를 보면서 저런게 다 꼭 필요한가 싶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쓰는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름 배수를 좋게 하겠다고 펄라이트가 섞인 흙에 마사토도 좀 넣었는데 다른 재료들도 섞어 주고 싶다. 좋은 흙만 주고 싶은 이것이 바로 엄마의 마음인가?

 

01

 

원래 화분에 흙이 낮게 들어있는 것이 실수인지, 일부러인지 판단할 능력은 되지 않아서 일부러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서 온 건데 어련히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 화분대비 흙 높이를 한번 확인하고 꺼내 보니 뿌리가 꽉 찬 느낌은... 딱히 없고(모르겠고) 슬릿 사이로 튀어나온 아이는 러너에서 나온 새순인 것 같다.

 

화분에 마사토를 1/5 정도 깔아서 배수층을 만들어 주고(다들 이렇게 하더라), 보스턴고사리가 적당한 높이가 될 때까지 아래 흙을 깔아준다. 그리고 흙을 털거나 뿌리 정리를 해주는데 셀렘이가 식물별 간 이유가 내가 넘 무식하게 흙을 털었기 때문인 것 같아 고사리는 연탄갈이 방식으로 분갈이 해주기로 했다. 겁쟁이집사.

 

 

원래 식재되어있던대로 약간 낮은 위치까지 흙을 채웠다. 슬릿분에서 꺼냈을 때 흙이 좀 젖어있는 것 같아 과습이 걱정되어 물은 나중에 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했는데 커뮤니티에서 다들 고사리는 과습걱정 안해도 될 정도라며 얼른 물을 주라고 해서 팔랑귀 집사는 또 냅다 물을 줘버림.

 

새집에 입주해서 기분 좋아 보이는 고사리

 

빛이 직접 닿지 않는 밝은 곳에 하루 정도 두고, 다음 날 원래 있던 창가로 옮겨 주었다. 아직까지는 노래지는 잎 없이 건강해 보이는 보스턴고사리! 이번 분갈이는 성공인 것 같다. 히히.